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면 최근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문조사의 필요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이 기존의 설문조사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기업이 직면하는 데이터는 사실 ‘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의 용량 측면에서도 기존 기기의 처리 능력을 뛰어넘는 데이터의 축적이란 사실 일반적인 조직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사례의 축적을 통한 기계학습의 기회 역시 많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히 현재의 기술적인 변화는 기존의 관성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또한 현재까지 축적한 지식의 자장 내에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대의 거인 위에 올라선 중세라는 소인이 르네상스를 조망했듯 우리에게는 지금까지의 지식이라는 성과 위에 기술발전이라는 작지만 중요한 진보를 올려놓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언어로 소통하는 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는 여전히 효율적인 자료 수집 방법 중 하나로 남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묻고자 하는 질문의 내용 외에 다른 요소에 응답자가 영향 받지 않도록 설문지를 잘 작성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반대로 어떻게 정보의 수용자들을 선전·선동(?)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대로의 시사점을 얻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아마 광고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쯤 들어 보셨을 오길비가 시장 조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료수집방법에 따라 구성과 분량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설문지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설문지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작성하게 됩니다.

 

                     

질문 내용을 결정할 때에는 이 질문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응답자가 질문의 답을 알고 있을 것인지, 응답자가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할 용의가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또한 질문의 내용이 의도하는 전체 내용을 중복 없이, 빠짐없이(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포함하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질문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문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척도형이나 연속형 변수값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은 데이터 분석 단계에서 보다 깊이 있고 다양한 분석을 허용하지만 설문 작성 단계에서는 응답자의 피로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는 일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과도한 척도형 문항을 하나의 설문조사에서 남발할 경우 자칫 조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조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만용을 부리기보다는 거듭되는 연구를 통해 개념을 정제해 나가는 노력에 천착해야 합니다.

설문지 작성의 대원칙은 “simple & straight-forward"입니다. 설문지는 다양한 사람이 보게 되므로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쉽고 명확한 단어를 사용해 오해의 소지가 없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귀하께서는 가장 최근 유기농 두부를 어디에서 구입하셨습니까?’ 단수응답형 질문에 대해 ‘1)동네반찬가게 2) 대형 마트 3)SSM 4) 동네 마트 5)동네 슈퍼 6) 백화점 7)재래시장’이라는 보기를 제시하였다면 우선 무엇을 유기농 두부로 볼 것인지 정의해 주어야 하고, 동네 마트와 동네 슈퍼는 무엇으로 구분할지, SSM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응답자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선택항목에 포함해야 합니다. ‘귀댁 첫째 자녀는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의 보기를 ‘예/아니요’로만 제시하면 자칫 실제 안전교육 실시 횟수와는 전혀 다른 값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응답 학부모들이 교육 실시 여부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응당 학교에서 실시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편향된 응답을 하면 안전교육 경험비율은 실제 안전교육 실시 횟수를 훨씬 상회하게 될 것입니다.

응답 항목들 간에는 내용이 중복되면 안 되고, 서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월평균 가구소득을 묻는 질문의 보기로 ‘1)100만 원 이하 2)100만 원대....’ 라고 제시하면 응답자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1)99만 원 이하 2)100만원~199만원 미만’과 같이 명확하게 구분해 주어야 합니다. 국내 시장조사에서는 결혼 여부에 대해 ‘미혼/기혼’만을 보기로 제시하는 것이 아직은 일반적이지만 해외 조사의 경우에는 단순히 ‘미혼/기혼’으로만 구분하지 않고 이혼여부, 동거여부 등 다양한 결혼형태를 보기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질문으로는 한 가지 내용만 질문해야 합니다. ‘들러보고 싶은 여행지와 여행 테마를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은 여행지를 적으라는 것인지 여행 테마를 적으라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적으라는 것인지 응답자에게 혼선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설문조사 완료 이후 데이터 분석을 곤란하게 하고 데이터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지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응답자의 몸무게나 성적 취향 등 사적인 정보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가급적 자제해야 하고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도 금지입니다. 예를 들어 ‘제사는 조상을 생각하는 미풍양속입니다. 귀하는 제사를 지내는 것에 찬성하십니까?’라는 질문은 제사를 반대할 경우 조상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나쁜 사람일 수 있다는 응답자 본인에 대한 가치판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 제사에 대한 찬성 여부에 상관없이 찬성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응답자에게 지나치게 자세한 응답을 요구하는 질문도 금물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일년간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몇 번이나 가셨습니까? 정확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 )번’ 라는 질문은 사실상 응답자가 기억해서 답변할 수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답변하거나 익숙한 숫자로 답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의의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 역시 금지입니다. ‘아이들이 분주하게 쫓기는 시간을 보낸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라는 질문은 암묵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어 실제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 경우를 과소 반영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아래 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성실하게 답변 드리겠습니다!

                               

 

'야행하는 리서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통계적 추정의 기본원리①  (0) 2017.07.26
33. 설문지의 순서배열  (0) 2017.07.20
31. 표본크기의 결정  (0) 2017.05.11
30. 표본오차의 이해  (0) 2017.05.08
29. 표본분포와 중심극한정리  (0) 2017.05.03
Posted by dook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