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거의 유일한 취미는 만화책이나 동화책 혹은 장르문학 서적 등 취향에 맞는다 싶은 책을 사는 것입니다. 만화책을 사면서 마케팅 서적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적어볼까 합니다. 본격적으로 종이 만화책에 대한 덕질을 하지는 않고 가끔 못 보던 만화책을 발견하면 우선 일권만 사보고 내용이 괜찮으면 계속 사보는 식으로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에 혼다 신고가 그린 ‘파괴수’라는 만화를 알게 되어 만화 전문 서점에서 카드로 ‘파괴수’ 일권을 구입했습니다. 카드를 주인 아줌마에게 내밀자 정말 마법처럼 ‘카드로 결재하면 수수료 추가되는데’라는 너무 많이 읽어본 말과 함께 카운터에 세워진 작은 팻말을 가리켰습니다. 카드 결재 시 수수료 추가!
그 뒤로 저는 ‘뮤지엄’이라는 만화를 살 때까지 그 서점에 가지 않았고 ‘뮤지엄’을 살 때도 내부를 엿보고 나서 만화책 진열과 카운터 담당이 바뀐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애니 뮤직이 흐르는 매장 안에서 덕후의 아우라가 넘치는 점원의 능숙한 설명과 안내를 받아 ‘뮤지엄’을 구매했습니다. 제가 ‘파괴수’를 구매할 때 조금 불쾌했던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불쾌한 점 하나는 만화를 파는 서점인데 전혀 만화를 소중하게 다루지도 않고 판매하는 사람은 만화에 대한 이해도 없는 듯해서 저의 취향이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불쾌한 점 하나는 바로 소유효과(endowment effect) 때문인 것 같습니다. 뭔가 줬다가 빼앗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유효과는 단지 내 것이라는 생각 자체만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소유효과는 일단 어떤 제품을 소유하게 되면 같은 목적을 위해 다른 제품을 구매할 경우 거래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소유에 따른 감정이입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화책의 정가가 그 만화책을 소유하기 위해 지불할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추가로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라고 하자 뭔가 빼앗긴 느낌이 들었고 곧 그것은 약간의 분노로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만화책의 가격에 카드수수료를 포함해서 가격을 책정하고 ‘현금 결재 시 할인’이라고 이야기했다면 같은 카드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조금은 덜 억울한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환불보증이나 시험사용처럼 일단 최초 구매의 문턱을 낮춰주면 최종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 역시 소유효과와 관련이 있습니다. 매장에서 동일 제품군 내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먼저 제안하는 이유 역시 소유효과를 노린 것입니다.(최근 ‘보노보노’가 다시 출간된 것 같습니다. 만화를 즐기시지 않는 분들도 한권 정도는 구매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색하고 본다면 화두 공안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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